어느덧 찬 바람이 부는 12월의 끝자락이네요.
혹시 작년 이맘때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제주항공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고 합니다.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

참사로 부모님을 떠나보낸 김윤미 씨는 지금 공황장애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어요.
방송작가로 일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강제로 소환하는 방아쇠가 되었죠.
"죽음은 예기치 않게 되살아났다"는 그녀의 말처럼, 몸은 현재에 있지만 영혼은 산산조각 났던 그날로 돌아가 버린 거예요.
그 날 이후 정신과 약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해요.
2024년 12월 29일 오전, TV 화면에 뜬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이라는 자막. 이모의 전화를 받고 무안으로 향하는 내내 살아계실 거야라는 주문을 수없이 되뇌었지만, 결국 마주한 것은 차갑게 나열된 부모님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여행 가시기 전, 용돈을 보내드리며 나눴던 "김치 맛있어?"라는 엄마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는 이제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았죠.
조각난 기억과 진실을 향한 외로운 싸움
더욱 가슴 아픈 건, 온전한 모습으로 부모님을 마주할 수조차 없었다는 사실이에요.
사망자 179명 중 온전한 시신은 단 다섯 구뿐. 나머지는 1013조각으로 흩어져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 참혹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김윤미 씨는 우측 발, 좌측 발이라고 적힌 비닐봉투 속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하고는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어머니의 모습은 차마 볼 수도 없었다고 하죠.
준비되지 않은 이별 후, 그녀의 삶도 조각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작가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다루며 유가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이 유가족이 되니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했다고 해요.
결국 그녀는 상복을 입고 홀로 거리로 나섰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이슈 속에서 참사가 잊히는 것이 두려워 진실을 밝히라는 손팻말을 들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거죠.
도대체 무엇이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걸까요?
유가족들은 무안공항의 구조적인 문제, 무리한 노선 확장, 필수 안전장치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생각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거죠.
딸을 잃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슬픔
조각가 임정임 씨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녀는 참사로 사랑하는 딸 김애린 기자와 사위를 잃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딸은 엄마와 똑같은 네일아트를 선물했어요.
놀랍게도 수습된 딸의 손에 그 네일아트는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해요.
혹시 엄마가 자기를 못 찾을까 봐 그랬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근에는 꿈에서 딸의 전화를 받기도 했대요. 엄마, 이따 전화할게라는 생생한 목소리에 반가워 울다가 깨어났다고 하니, 그 그리움이 얼마나 깊을까요.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 속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300일 넘게 싸우던 남편마저 갑작스럽게 딸의 곁으로 떠나버린 거예요.
임정임 씨는 이제 가슴에 쌓인 화와 불면증으로 약 없이는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홉 가족을 잃은 비극, 끝나지 않은 분노
배승만 씨의 사연은 더욱 기가 막힙니다.
아버지의 팔순을 기념해 떠난 가족 여행에서 무려 아홉 명의 가족을 잃었거든요.
성실하게 살아오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다섯 살배기 조카까지... 단란했던 가족의 마지막 모습은 어머니 생신잔치 때 찍은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천운인지, 평생의 한이 될지 모를 일이죠.
배승만 씨 역시 조각난 가족들의 주검을 모두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 가족들이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가 치민다고 말해요.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은커녕, 정부가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서둘러 덮으려는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거리에서 진실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죠.
기억과 추모, 진실을 향한 발걸음
이렇게 깊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은 참사 1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만장을 들고 사고 현장까지 행진하고, 추모 미사와 합동 제사를 지내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있죠.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참사 발생 시각에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고 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제주항공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함께 기억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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